어린 시절 무척 똑똑해 좋은 대학을 갔더라도, 책을 수백 권 읽었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콕콕 찔렸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인간상에 내가 정확히 부합하기 떄문에. 책 내용 하나하나가 내 자의식에 상처를 낸다. 그걸 몸소 느낀다.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내 안의 글이 너한테 상처가 될 거야. 그러나 이건 자의식을 해체하는 방법이야. 몸으로 느껴. 기분으로, 그리고 이제 정신 차려. 자의식의 콘트롤에 흔들리지 마.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거야.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상투적인 표현은 정말이지 쓰고 싶지 않지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으로 편 책에서 내 인생을 꿰뚫는 통찰을 얻다니. 만 칠천 오백원이 결코 아깝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내 삶은 그저 변명으로 가득 차 있다. 꿈이 있어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몸이 아파서. 전부 다 구실 좋은 이야기 뿐. 실제로 이뤄낸 것, 가진 것 하나 없다. 의지박약에, 유혹에 너무나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정신. 그리고 엉망인 몸뚱이 하나가 가진 전부.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뿐. 아, 최근 심해진 M자 탈모까지 있구나. 정말 퍼펙트하군.
그렇지만 책은 말한다. 너도 할 수 있어! 야, 너두? 나두! 그래. 그것을 믿는 것이 내가 진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믿어야지.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해보는 수밖에는. 사실은,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이유를 나는 잘 안다. 실패. 실패가 두려워서. 나를 우러러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취해서 살아왔는데 이제 나를 아무도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지. 어리석다. 참으로 어리석어. 그래. 이제 깨달았어. 아니, 진작에 알고 있었어. 그걸 이제 눈으로 다시 본 거야. 직면한 거야.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이게 시작이랬어. 책은.
그럼 시작해 볼까? 앞으로 변명으로 일관된 삶을 벗어나, 자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몸에 체득시켜야지.
탐색 :
자신의 기분 변화 등을 잘 관찰하고, 이 기분이 어디에서 오는지 관찰한다.
인정 :
기분 변화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잘 살펴보고,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서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한다.
전환 :
인정을 통해 열등감을 해소하고, 이걸 변화의 계기로 삼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만든다.
내 현실을 희생해서 역할극으로 도피하지 말자. 중독이란 흔하지만 위험하다. 내가 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커뮤니티에 그렇게 열을 쏟았을까.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좋아요와 댓글 수에 집착하면서. 개념글에 집착하면서. 아무런 트로피도 되지 못하는, 아니 오히려 부끄러운 일인데. 그건 바로 잠시잠깐의 인정 욕구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인정하자. 그리고 빠져나오자. 내 스스로 도파민 회로를 눌러대는 짓은 그만하자. 내 가장 귀중한 재산인 시간이 낭비되는 거야. 움직이자. 재미있고 활력이 넘치는 생생한 삶을 살기 위해서!